공지사항

2024 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작 발표
24/06/28 수성문화원 조회 1361
<2024 상화백일장 – 초등부 상화대상>
 
하늘의 품
                  이민혁 (대구동평초 5학년)

 
녹슨 철조망에
끼어있는 덩굴
큰 죄를 지었는지
큰 칼을 차고
있는 거 같네
 
움직이면
칼에 베이지만
줄기가 잘려도
사랑을 위해
하늘로만
올라가네
 
철조망 끝에
도달하면
마음의 기둥이 없어
자신의 몸을 기둥으로 삼아
하늘의 품으로 올라가
 
초록으로 덮인 평화로운 대지를 보네



<2024 상화백일장 – 중고등부 상화대상>
 
소나기
                  김희진(성화여고 3학년)

 
해가 흘리는 눈물은
구름으로도 가릴 수 없어서
먹처럼 굳어진 두터운 장막 사이로
하염없이 새어나온다
 
금방 지나갈 아픔이라기엔
너무도 사무치지 않는가
 
무엇이 그리 괴로웠느냐
넌지시 물어도
돌아오는 건 짧디짧은 여름의 향수일 뿐
 
이 땅에 녹음을 전해준 너의 슬픔은
이제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
 
금세 흩어질 기우라지만
마음한켠 영원히 새길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다난함이 씻긴다면
나는 기꺼이 소나기 사이를 노니며
녹음이 만개한 이곳
발 딛은 대지에 안부를 전할테니

 
 
<2024 상화백일장 – 일반부 상화대상>
 
유월의 아침
                  도지희 (대구 수성구)

 
물류터미널의 밝은 밤
일톤 트럭 윙바디에
적재한 크고 작은 상자들
정한 경로에 따라 하차하길 바라며
덮개는 무거운 날갯짓을 한다.
 
승강기마저 없는 곳
계단을 숨차게 오르내리고
오배송이면 핸드폰을 들고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왜 좀 더 쉬운 길은 없는 걸까
경유지가 늘어날수록
나의 목적지는 점점 지연된다.
 
건당 백 원 추가 한 달이면
손가락으로 세어보다가
착불이라도 재깍 받으면
뭐든 다행이다 싶어서
팍팍한 무릎을 두들겨
기지개를 켜다.
 
오늘도
택배차 핸들을 잡고서
바람칼을 세우고
로켓처럼 날아
현관문 앞까지 쓱
배송완료.
 
점점 밝아오는 아침
출근인지 퇴근인지 모를 이와
목인사한 고층 아파트에서
택배차가 누비던 길목을 내려 본다.
유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
바쁜 도시의 아침은
가로수처럼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조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카메라 각도를 기울여 보고
두 손가락으로 줌을 당겨 본다.
경쾌한 셔터음이 울린다.
 
오늘은 반품 수거품과 함께
사진 몇 장도 상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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