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26 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작
26/06/22 수성문화원 조회 270

<2026 상화백일장 – 초등부 상화대상>
 
그늘
                              함나겸 (대구범일초 5학년)

나의 힘듦을 가려주는
작은 그늘 하나
 
뜨거운 하루 끝에
그늘은 말없이
나를 품어준다
 
아무도 보지 못한 눈물을
그늘은 조용히 감춰준다
 
햇살보다 먼저
내 곁에 와있는
따뜻한 그늘
 
지친 마음을 쉬어가는
그늘 한조각
 
세상이 눈부실때
나는 그늘 속에서
다시 힘을 얻는다



<2026 상화백일장 – 중고등부 상화대상>
 
어둠이 아닌 그늘 속에서

                             정지훈 (경북공업고 3학년)

햇살이 닿지 않는 곳에도 땅은 있었다.
차가운 철심이 지나간 자리 발자국마다 움푹 패인 흙 위에 우리는 그늘을 깔고 앉았다.
봄이 와도 무엇 하랴 씨앗을 심을 손이 남의 손이 되어버린 것을.
 
그늘이란 빛이 있어야 생기는 것, 그러므로 그늘은 빛을 기억하는 자의 언어이다.
짓밟힌 말 속에서도 우리말 한 마디 몰래 품고 살던 어머니의 치마폭 그것도 그늘이었다.
낯선 이름표를 달고 조선의 이름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두던 그 침묵 그것도 그늘이었다.
 
그늘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 저항인지를 그는 알았다. 먹으로 긋는 한 획이 총구보다 먼저 날아간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늘 안에 선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들, 아직 다 불려지지 않은 이름들, 역사의 뒤편에서 소리없이 스러진 목소리들 그 모든 것의 그늘 아래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그들은 어둠이 아니다. 뿌리는 그늘 속에서 자라고 숨은 그늘 속에서 고르게 쉬어지고 기억은 그늘 속에서 썩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진다. 빼앗긴 계절이여, 우리는 그늘로 너를 기다렸다. 그늘로 살아남았고 그늘로 전해왔고 그늘로 다시, 봄을 맞는다.
 


<2026 상화백일장 – 일반부 상화대상>
 
깃발

                             이화순 (대구시 달성군)

바다를 처음 본 여름
 
나는 검정색 튜브에 누워
하늘만 보고 있었다
 
흰색을 터치하는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바다는 나를 수평선 쪽으로 밀어냈다
 
해변은 점점 작아졌다
 
고개를 돌렸을 때
부표 곁에 깃발이 서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손을 흔드는
엄마와 동생들
 
그때 아버지가 바다로 뛰어 들었다
 
물 위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아버지의
어깨가
바다의 두 번째 깃발 같았따
 
나는 하늘로 떠내려가고 있었고
아버지는 육지를 끌고 오고 있었다
 
그날 바다에는
깃발이 둘이었다
 
하나는 바람 쪽으로 펄럭였고
하나는 물속으로 자꾸 꺾였다
 
하늘은 늘
아무일도 없다는 듯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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